기나긴 열대를 지나 겨우 움튼, 친숙하지만 낯선 생명은 겨울을 기다린다. 14도의 계절 -
듣고 싶었던 음반을 손글씨로 가지런히 써내려갔다. 취향의 것을 써내려 갈 때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. 그것들은 이미 시간을 초월해 낡은 것이 되었지만 어디에 있든, 누구의 입을 오르락내리락거리든 고고한 빛을 잃지 않는다. 영화속의 주인공들, 반복적인 아름다운 음구, 음악이 된 활자들 - 잃어버린 시간을 곱게 켜켜히 개어놓는 아름다운 행위를 지금 나는, 하고 있다.
움츠린 마음 뒤에 있는 고운 얼굴들을 매번 쓰다듬는다. 좀처럼 드러내기 힘든 수줍은 얼굴을 몇 번이나 말없이 쓰다듬었다.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. 우는 얼굴에 감돌아 있는 생에 대한 애정을, 온전한 책임을 볼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살아날 것이다.
달의 오아시스.
최면에 걸린 듯, 황홀에 잠겨 미학수업을 듣던 그 시절, 항상 내 주위에는 달이 있었다.
달과 함께 생활했고, 달을 이해하려 했으며, 또다른 달을 찾아 밤낮을 헤맸다.
하지만,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경이롭다는 듯 달을 본다.
달과 나의 거리는 한참의 정적이 머물만큼 멀어져 있었고, 접힌 눈꼬리에는 언제나 눈물이 맺혀있다.
달의 오아시스로 가는 꿈을 작은 캡슐안에 담아 놓았다.
그것은 더 작아지지도 커지지도 않을 것이다.